항목 ID | GC400A02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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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孝心- 傳說- |
분야 | 지리/동식물 |
유형 | 마을/마을 이야기 |
지역 |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경용 |
[정의]
효심과 보릿고개 전설을 간직한 이팝나무 숲
[옥포는 이팝나무 천국]
옥포읍 교항리 다리목 마을에는 수령 200~300년의 이팝나무가 군락을 이뤄 해마다 봄철이면 장관을 이룬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여 '이밥', 즉 쌀밥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팝나무는 24절기 중 여름의 문턱인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으로 불리기도 한다. ‘입하나무’의 발음이 변하여 ‘이팝나무’로 불리어지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서양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마치 흰 눈이 내린 것 같다 해서 ‘눈꽃나무(snowing flowering)’라고 부른다.
예부터 다리목 마을에서는 애림(愛林) 사상을 키우기 위해 이팝나무에 해코지를 하다 적발될 경우 쌀 한 말씩을 벌금으로 물렸다. 또 이곳 마을 사람들은 땔감이 없을 때도 이팝나무만은 베지 않을 정도로 각별했다. 지금도 해마다 5월이면 어버이날을 맞아 마을 부녀회와 청년회 주최로 이팝나무 아래에서 경로잔치가 열린다. 이팝나무 꽃이 만개하는 봄철부터는 대구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관광 명소로서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칠월 칠석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당산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빌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 4월에는 15~20년생 이팝나무 20그루가 청와대로 옮겨 심어지면서 이팝나무 군락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팝나무는 1년에 쌀밥 한 그릇 먹기 어려운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대국을 이끌어낸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추억이 얽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1974~1979년) 식수 행사 때 주로 이팝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성군은 이팝나무를 군목(郡木)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효행을 간직한 이팝나무 전설]
효(孝)와 관련된 이팝나무의 전설도 회자된다. 가난한 나무꾼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식사도 잘 하지 못하고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어느 날 "얘야! 흰 쌀밥이 먹고 싶구나!"라고 했다. 아들은 식사를 하겠다는 말에 너무 반가워 "예!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른 밥 지어 올게요!" 라고 대답하고 부엌으로 나왔다.
하지만 나무꾼은 쌀독에 쌀이 조금밖에 남지 않은 걸 보고 걱정이 태산같이 몰려왔다. "어떡하지, 내 밥이 없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텐데. 아니, 나 먹이려고 잡수시지 않을지도 몰라." 나무꾼은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좋은 생각 하나를 떠올렸다.
나무꾼은 마당에 있는 큰 나무에 올라가 하얀 꽃을 듬뿍 따서 자기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고, 어머니 밥그릇에는 흰 쌀밥을 담아 들고 들어갔다. "하얀 쌀밥이 먹음직스럽구나."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지내던 어머니는 오랜만에 흰 쌀밥을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 정말 맛있어요." 흰 꽃밥을 먹으면서도 어머니가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하며 만족해하시는 걸 본 나무꾼은 너무 기뻐 큰 소리로 웃었고, 아들이 웃자 어머니도 덩달아 웃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임금이 가난한 나무꾼 집에서 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그 연유를 알아보게 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은 크게 감동하여 나무꾼에게 큰 상을 내렸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 나무를 '이밥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나중에 발음이 변하여 ‘이팝나무’로 일컬어졌다.
[이팝나무에 얽힌 한 맺힌 이야기]
이팝나무 전설에는 가난한 서민의 삶이 배어 있다.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는 24절기로 따지면 입하 무렵이라 서민들이 가장 넘기 힘든 '보릿고개' 시기다. 이 때문에 입하 절기에는 딸집에 가지마라는 얘기도 있다. 이밥을 실컷 먹고 싶었던 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팝나무 전설에 녹아 회자되기도 한다.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던 착한 며느리가 5월 어느 날 조상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시어머니가 내주는 쌀로 제삿밥을 짓게 됐다. 며느리는 친정이 워낙 가난해 시집올 때까지 잡곡밥만 짓고 한 번도 쌀밥을 지어 본 적이 없었다. 며느리는 밥물을 얼마로 잡아야 할지 잘 몰랐고, 혹시 제삿밥을 잘못 지어 낭패를 당할까봐 몹시 걱정이 됐다. 그래서 뜸이 제대로 들었나 보려고 밥알 몇 개를 떠서 먹어보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문틈으로 이 광경을 보고는 "제사에 쓸 쌀밥을 몰래 퍼먹고 있다"면서 이 사건 이후부터 온갖 구박을 다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 죽고 말았다. 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 흰 쌀밥 같은 꽃이 수북하게 피는 나무가 자랐다. 사람들은 쌀밥에 한이 맺혀 죽은 며느리가 환생한 것이라고 해서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참고 문헌]
달성 마을지 편찬 위원회, 『달성 마을지』(달성 문화원, 1998)
달성 백서 편찬 위원회, 『대구의 뿌리 달성 제5권-달성을 빛내다』(달성군, 2014)
김성우 기자, “100년 달성 스토리로드 ③-옥포면”, 《매일 신문》2015년 10월 6일.
박선주, “봄철 온 세상을 하얗게-이팝나무-”, 《주간 매일》1702호, 2015년 5월 2일.
[정보 제공자]
김선린(남, 1930년생, 대구 광역시 달성군 옥포면[현 옥포읍] 교항리 다리목 마을 전 이장)
김일권(남, 1938년생, 대구 광역시 달성군 옥포면[현 옥포읍] 교항리 다리목 마을)